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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글씨

바위글씨 제일동천(第一洞天) - 도봉산

도봉산 입구의 계곡에 있는 암각문 중에서 ‘제일동천(第一洞天)’을 찾아봅니다.
제일동천의 위치는 음식점 ‘도봉공원’ 옆 계곡에 자리하고 있는데 '바위글씨(8) 필동암’의 폭포 바로 위쪽이고, '바위글씨(10) 만석대(萬石臺)'와는 개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곳에 놓여 있는 바위에 있습니다.
이 바위의 동쪽 면에는 ‘제일동천(第一洞天)’이 새겨져 있고, 남쪽면에는 ‘연하롱처동문개’로 시작하는 칠언절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 칠언절구는 다음에 보기로 하겠습니다.


<바위글씨 제일동천>
먼저 글씨를 살펴봅니다.
도봉문화원이 조사한 자료에 보면 이 글씨는 45Cm, 세로 130Cm 크기라고 하는데 해서체로 ‘第一洞天’ 네 자가 세로로 깔끔하게 새겨있습니다.
동천(洞天)은 산과 개울로 둘러싸여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을 이르는 말인데 그 경치 좋은 곳에서도 제일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제일동천’이라는 글을 새겨놓은 모양입니다.
즉 도봉산의 멋있는 암봉을 배경으로 하고 계곡의 아기자기한 소폭포와 개울이 어우러져 있는 이곳 경치가 제일 좋다는 이야기겠지요.
<바위글씨 제일동천>
과대포장과 허풍을 좋아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의 선인들은 좋은 것도 자랑하지 않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아 벽운동천(수락산), 금류동천(수락산), 수락동천(수락산), 외암동천(아산), 명월동천(방학동), 자운동천(관악산) 등 동천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동네 이름이나 그 쪽 특성을 살려 이름을 지었고, 이를 바위글씨로 새겼는데, 이처럼 제일동천 즉 천하에 제일가는 경치라고 호언한 것은 그만큼 이 도봉계곡의 경치에 뛰어났기 때문인가 봅니다.
<바위글씨 제일동천과 오언절구>
그런데 글쓴이는 이 ‘제일동천’이라는 네 글씨로는 부족했는지 그 옆에는 두 줄의 오언절구를 덧붙여 놓았습니다.
“洞中卽仙境 洞口是桃源(동중즉선경, 동구시도원)”이라는 글씨인데 도봉문화원의 자료에 따르면 가로 32Cm, 세로70Cm의 크기랍니다.
<바위글씨 - 동중즉선경 동구시도원>
그런데 이 글씨를 보면 참 놀랍습니다.
종이에 쓴 글씨를 다시 여기에 새겼을 텐데, 글씨의 흐름이 종이에 쓴 것 못지 않게 자유로운 운필의 느낌이 살아있네요.
글씨도 글씨지만 이것을 여기에 새긴 장인의 솜씨 또한 대단합니다.
그 뜻을 살펴 봅니다.
동중즉선경(洞中卽仙境): 동천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가 바로 신선이 사는 동네이고
동구시도원(洞口是桃源): 동천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글 중의 선경(仙境)은 신선이 사는 곳으로 경치가 신비스럽고 그윽한 곳을 말하며, 도원(桃源)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뜻하는 말로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적인 중국의 명승지라고 합니다.
천하제일의 경치라는 말도 모자라 신선의 동네인 무릉도원으로 표현을 한 것으로 추측을 해봅니다.
신선이 사는 동네인 이곳과 개울 건너편에 있는 신선이 불로장생의 약을 빚었다는 연단굴을 엮으면 무슨 사연이 있는 얘기 한 자락이 나올 만도 하고요.
이 글씨도 이 부근에 있는 다른 글씨들과 같이 누가 쓴 글인지를 알 수 없지만 세속의 풍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 곳에서 세상을 버리고 살아갔던 선인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나도 같이 신선이 되어 봅니다.


<바위글씨 제일동천 위치>
이 주변을 둘러보면 ‘도봉공원’의 예스러운 한옥들과 정자들은 대중음식점으로 세상의 온갖 때를 뒤집어 쓰다가 폐업을 하고나서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지 쇄락해 가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이 폐업한 음식점을 접수, '신선들이 사는 동네'로 복원하여 시민들에게 개방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가 신선의 꿈에서 깨어나 소시민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kangjine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