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가을이깊어가던날, 세상돌이의 지기인 집사람과 같이 옥천에 있는 정지용 문학관을 찾아갑니다.
<정지용 문학관>문학관은 현대식 건물로 말끔하게 지어 놓았습니다.
앞에는 동상도 하나......
<할아버지>
시인에 대한 안내문을 읽어봅니다.
정지용 시인은 1902년 음력 5월15일, 옥천읍의 하계리에서 태어았다고 합니다.
시인은옥천보통공립학교와 휘문고보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햑 영문과를 졸업하였다고요.
휘문고보를 다닐 때 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2년 '풍랑몽'이라는 시로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풍랑몽1>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래십니가.
-후략-
<겨울>
그 후 '시문학', '구인회' 등의 문학 동인과 '카톨릭 청년' '문장'등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을 하엿다고 합니다.
그리고 휘문고보의 교원을 거쳐 해방 후에는 이화여전 교수, 경향신문 주간,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고요.
<겨 울>
비ㅅ방울 나리다 누뤼알로 구을러한 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호수>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북한 인민군에 의해 정치보위에 구금되었다가 납북되어 그해 9월 25일에 사망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정확한 행적은 알 수 없고 소문과 추측만이 떠돌았다고 합니다.
<호수1>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보고싶어 하는 마음은 언제어디서나 우리를 쨘~하게 합니다.
<병>
시집으로는 '정지용시집', '백록담', '지용시선'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문학독본', '산문' 등이 있습니다.
절제된 감정과 사물에 대한 정화한 묘사 그리고 섬세한 언어감각으로 빚은 시편을 통해 그는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먼 곳으로 시집을 간 다정했던 누나 생각이......
요즘이야 세상이 좋아서 모바일폰으로도, 화상통화로도 접속이 되지만
그 즈음에는......
소월은 오래비 그리워하는 누이를접동새로설정했는데이 시인은시집간 누이를 뻐꾸기와 끈을 달아 놓고 있습니다.
뻐꾸기, 두견이, 접동새...... 뭔가 그리움, 애잔함을연상하게 하는 새들인가 봅니다.
<시인의 생가>
시인의 생가에는 인적이 드물고 나무잎이 모두 떨어진 뜰안 감나무에는곱게 익은 홍시만남아 가을을 더욱 깊게 합니다.
시집에서'홍시'라는 시 한 수를 따 옵니다.
<홍 시>
에저께도 홍시 하나.
오늘에도 홍시 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남게 왜 앉었나.
우리 오빠 오시걸랑.
맛뵐라구 남겨 뒀다.
후락 딱 딱
훠이 훠이!
에궁~ 오빠가 오면 주려고 남겨 놓은 홍시를 저 까마귀 녀석들이 눈치도 없이 마구 쪼으니 어찌해야 하누......
손사레질 치며 목소리 높여 쫓아 볼 밖에......
후락 딱 딱
휘이 훠이!
위에 '우리 남게 왜 앉었나.'하는 싯귀의 '남게'는 '나무'의 옛말인가 싶습니다.
(남ㄱ: 나무의 옛말. '나' 밑에 'ㅁㄱ'의받침)
<생가 사립문>
유명인의 생가나 기념관 주변은 원래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꾸며 놓는데 시인의 기념관은 그냥 그대로 옛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시인의 대표적인 시로 우리 향토어가 그대로 살아있는 시, '향수'입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옮겨 봅니다.
<향 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불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시'보다 노래로 더 많이 알려진 시, '향수'입니다.
무심코 유행가로들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렇게 글로 '시'로 만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지줄', '해설피', '함추름이', '발벗은'......
무슨말이 더 필요 하겠습니까?
<정지용 문학상수상자>
그런데,
이렇게 고운 우리말로 서정적이고정겨운시를 쓴 이 시인을 '월북시인'으로 묶어놓고저서에는 '금서' 딱지를 붙였던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시인의 아드님이 납북되었다는 자료를 꾸준히 모으고 많은 문인들의 지지를 모아 정부에 해금을 청원하여 1988년에야
'금서'의 딱지를 떼고 일반 시민들에게 제일 사랑을 받는 시인과 시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옥천에서는 매년 5월이면 '지용제'가 열리고 있답니다.
전시관의 한 쪽에는 년도별 지용문학상의 수상자들이 게시되어 있는데거의알만한 이름들입니다.
그 시절의 얘기들도 세월이 흐르면 실개천가에서 지줄대는 '옛이야기'가 되고머언 옛날의 전설이 되겠지요.
애구~ 못된 녀석들......
<신인문학상 수상자>
조용히 흘러 나오는 '향수'의 가락을 뒤로 하고 문학관을 나섭니다.
강지니의 세상돌이, 오늘은 정지용 문학관을 둘러보았습니다. kangjin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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