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금호지구를 한 일년만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는 36도를 넘는 더위에 열대야와 올림픽관전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법석일 때 거기서는 서늘한 밤공기에 열어놓았던 베란다와 창문을 모두 닫아 놓고 축구중계를 보았고요.
한낮에는 덥지는 않지만 공해가 없는 곳이라 햇볕은 마냥 따갑고 바다에 들어가니 밖에보다 물속이 더 따뜻합니다.
작년에는 바다 낚시가 별로였는데 올해는 손바닥 크기의 광어 새끼가 많이 올라와 소주에 세꼬시 안주로 입도 마냥 즐거웠네요.^^
이곳 저곳에는 달맞이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이루고 있고 단지의 곳곳에 있는 자귀나무에는 연분홍 수염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무궁화, 도라지, 차풀, 자귀풀, 골무꽃, 갯완두, 며느리밥풀꽃, 까마중, 딱지꽃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 근교의 산에 있는 꽃들을 볼 때 그 쪽 꽃의 색이 선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확실하게 이쪽의 꽃 색깔이 선명한데 무공해 때문일까요?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는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고 몸을 풀면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길옆 딱딱한 맨땅에 달랑 혼자 서 있는 한 뼘 크기의 풀이 눈에 들어오는데 머리 꼭대기에는 조그만 꽃송이 몇 개가 보이고 그 중에 하나는 하얀 꽃을 피웠는데 언뜻 고추 꽃을 닮은 것 같지만 너무 작네요.
고개를 약간 숙인 것이 수줍음을 타는 것 같이 보이는데 하얀 꽃잎 가운데에 삐죽이 나와있는 샛노란 꽃술이 누군가를 은근히 유혹하려고 맆스틱을 짙게 바른 입술같이 보이는데 도발적이면서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사진기를 갖고 나와 몇 컷을 담아 놓습니다.
주변에 이 풀이 자주 보이고 어떤 것은 무릎 높이 까지 크기도 하는데 땡볕아래 운동장 같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질긴 풀 같고 열매를 초록색의 둥근 열매를 맺더니 시간이 지나자 검은색으로 익어 가네요.
어느 양심수가 쓴 “야생초 일기”라는 책을 보니까 이 풀이 ‘까마중’이라는 풀인데 ‘먹달’이라고도 불리고 열매는 어린아이들이 먹기도 한다고요.
까마중의 노란 꽃술을 보며 노래를 들어봅니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임주리
내일이면 잊으리,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별이 지고 이 빔도 가고 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 주리라.
한발물러 세상보기..
오늘은 까마중을 살펴보았습니다.
040828 kangjin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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