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그 북쪽 땅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민족이기에 추석이 있습니다.
추석연휴가 되면서 그 쪽 친구들도 마음이 조금은 들뜨는 모양이고요.
연휴 앞두고 현장 정리하는 것을 보러 내려가니 자투리 시간에 그네들 끼리 하는 얘기가 언뜻 들리는데 특식으로 육류와 술도 적당히 배급되어 기대를 하는 모양입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오늘은 무대를 바다에서 북청 앞에 있는 남대천이란 곳으로 바꿉니다.
소주와 맥주, 그리고 떡심이 박힌 등심을 골라 챙기고 매운탕을 끌일 양념과 야채를 준비하고 물고기를 건질 족대를 트렁크에 실어둡니다.
우리의 골재 채취장이 있어 접근이 허용되는 곳이지만 남대천은 참 좋은 냇물입니다.
그 건너에 물장수하면 떠오르는 북청이 아스라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시내를 가로지른 긴 다리가 뭔가 많은 얘기를 품고 있습니다.
공해가 없는 곳이라 물도 맑지만 하얀 솜처럼 구름 몇 점이 깔려 있는 쪽빛 하늘은 눈을 시리게 하고 산너머 또 산, 그 너머 산까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족대잡이는 젊은 직원이지만 몰이꾼으로 끼여들어 도움 보다는 텀벙거리어 방해를 하면서도 어린시절로 되돌아가 봅니다.
기름쟁이, 버들치, 미꾸라지, 피래미, 쌀미꾸라지…
그 중의 몇 종류는 남쪽에서는 포획금지 품목인데.. ^^;
그러다 갑자기 환성을 지릅니다.
“심~봤다!!!!!”
아가미 옆에 일곱개의 점이 선명한 칠성장어가 걸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허부적 거리다 보면 출출해지고 병참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깡통 맥주, 참이슬에 바베큐로 구운 등심을 보급하면 모두들 냇가 옆 풀밭에 둘러앉아 일 잔을 땡깁니다.
한편에서는 포획한 포로들을 손질하고 밀가루 반죽을 하면서 들통에 매운탕 물을 끓이고..
슬그머니 저쪽 개울가로 나가 ‘쉬~’를 시원하게 뿌립니다.
그러다 보니 쉬가 떨어지는 곳에 분홍색의 아주 작은 꽃이 눈에 들어 오네요.
툭툭 털고 가까이 가보니 여뀌 비슷한 풀에 쌀알만한 분홍꽃이 피었는데 균형이 딱 잡힌것이 심상치 않은데 둘러보니 모양은 같지만 색이 하얀 꽃도 피어 있습니다.
사진에 담는데 이 역시 아주 작아 초점 맞추기가 어렵네요.
‘고만이’라는데 ‘고만잇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북쪽 도감에는 ‘고마리’라고 되어있네요.
도감에 나오지 않는 얘기를 찾아 여기, 저기 뒤져보니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줘서 고맙다는 의미에서 또는 먹으면 죽는다고 해서 ‘고만이’라고 했다나요.
사진을 모니터에 올려 놓고 확대해보니 깔끔한 외형과 반투명의 꽃잎이 다가옵니다.
꽃갗, 즉 꽃잎의 피부는 매끄럽기 보다는 약간은 거친 듯 한 것이 어렸을 때 마을 뒷산에서 가끔 주웠던 육모기둥 모양의 반 투명한 석영의 느낌인데 초겨울 아침 해가 떠오르면 스러져 버리는 얼음 꽃 같습니다.
살그머니 만져도 부스러질 것 같고요.
이 가냘픈 꽃을 보고 있으니 이젠 많이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몸이 불편한 친구 생각이 납니다.
친구의 조속한 쾌차를 빌면서 노래를 들어 봅니다.
그날 < 김연숙>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 간 소중했던 옛 생각을 돌이켜 그려보네
나래치는 가슴이 서러워 아파와 한숨지며
그려보는 그 사람을 기억하나요 지금 잠시라도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이 세상을
우~우~
한아름의 꽃처럼 보여지며 던진 내사랑이
웃음지며 님의 소식 전한 마음 한없이 보내 본다.
한발물러 세상보기, 오늘은 남대천의 고마니를 보았습니다.
040621 kangjinee...^8^
'북녘땅 금호의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마중- 립스틱 짙게 바르고 (0) | 2005.04.21 |
---|---|
독말풀: 약용으로 쓰이는 유독식물 (0) | 2005.04.21 |
달개비- 울어서 눈이 부은... (0) | 2005.02.19 |
패랭이꽃 (0) | 2004.12.21 |
해란초-고귀한 여인의.. (1) | 2004.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