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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 금호의 꽃 이야기

패랭이꽃

7월들어 날씨가 더워지면서 잔솔밭 아래 자주색 꽃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띕니다.

자주색의 꽃잎을 활짝 벌리고 있는데 꽃잎의 1/3되는 부분에 불규칙한 무늬가 있습니다.

꽃잎의 색보다 이 무늬는 더 짙은 색으로 되어 있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도형화 되어 있어 꽃잎 끝의 톱니결과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고요.

전체적으로는 신비한 색상과 문양을 갖고 있는데 밝고 따뜻함과는 다른 어둡고 음습함이 전해집니다.

마치 송충이의 색상이 화려하지만 아름답기 보다는 징그러운 것처럼 말입니다.


여름으로 접어 들면서 여기저기 흔하게 눈에 들어오고 꽃의 색도 더 짙어 집니다.

패랭이꽃이랍니다.

예전의 중인계급 사람들이 사용하던 패랭이를 닮아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요.

꽃 하면 바로 연상되는 곤충이 나비인 것 같습니다.

노랑나비, 하양나비, 호랑나비 등 많은 종류의 나비가 있고 그 종류에 따라 맑고, 청순하고, 밝고, 화려하고, 또한 용맹스러운 문양까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나비를 좋아하고 또 채집도 하고 있습니다.

나비와 비슷한 곤충으로 나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비와 달리 나방은 왠지 징그럽고, 무슨 병이라도 옮을 것 같고, 아무튼 좀 피하고 싶은 곤충입니다.

그런데 이 패랭이 꽃을 보고 있으면 나비를 연상하기 보다는 나방이 연상됩니다.

아마도 명도가 낮은 자주색 꽃의 색감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살펴봅니다.

나비는 낮에 활동을 하며 꿀이나 수액을 먹는데 반해 나방은 야행성이며 잎이나 줄기를 먹고 사는 모양입니다.

거기에 결정적인 것은 나비는 식물들의 씨받이를 해주는 익충이지만 나방은 해충으로 정의 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합니다.

패랭이꽃을 자세히 뜯어봅니다.

이 꽃이 나방을 연상하게 하지만 해충의 부정적인 면만의 느낌만이 아니라 연민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 보이는데 꽃잎 중간에 있는 원형의 짙은 색의 무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주위에서 손가락질 받는 싸움꾼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건달들의 이면 세계 같은 그 어떤 것 말입니다.

아무 생각 없는 불로 날아드는 나방이 아닌, 그 무엇인가 때문에 죽을 줄 알면서도 불로 날아드는 나방 같은……

불나비라는 오래된 노래가 있습니다.

불나비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밤마다 불을 찾아 헤매는 사연
차라리 재가 되어 숨진다 해도, 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무엇으로 끄나요 사랑의 불길, 밤을 안고 떠도는 외로운 날개
한 많은 세월 속에 멍들은 가슴, 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김상국씨가 부른 노래인데 김수희씨 노래로 들어봅니다.

불나비를 사전에서 찾아 봤더니 등록이 되지 않은 단어인데 아마도 불나방불나비라고 부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감에서 패랭이를 찾아보니 종류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 아파트의 화단에 보면 예쁜 화초용 패랭이도 많이 눈에 띕니다.

그렇지만 여름철 산이나 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 패랭이꽃은 조금은 음습해 보이고 또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예쁜 모습의 다른 패랭이꽃에는 없는 어떤 이야기를 속 깊이 감추고 애써 웃는 표정으로 서있는 것 같습니다.

한발 물러 세상보기, 불나방이 연상되는 꽃 패랭이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