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바람이 차가운 2월 초순, 도봉산의 한 자락인 방학동의 시루봉으로 바위글씨를 찾아갑니다.
<연월암삼폭-원경>
시루봉을 넘어 우이암쪽으로 가다가 천주교 묘지가 부근에서 정의공주 묘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옵니다.
이 곳은 연산군 묘와 정의공주 묘가 있어 몇 번 왔던 곳이라 눈에 설지 않은데 주변에 있는 산들을 둘러보니 어느 것이 시루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볕 바라기를 하는 동네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합니다.
정의공주 묘 뒤쪽에 어느 집안의 종가로 보이는 오래된 한옥이 보여 들어가 물어보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뒤쪽에 있는 산이 시루봉이라고 알려줍니다.
골짜기로 올라가면 조그만 웅덩이가 있고 그 위쪽에 시루봉이 위치하고 있어 그 형상이 물을 끓이는 솥 위에 떡시루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라 시루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까지 해주고요.
정의공주 묘 쪽으로 나오니 마침 시루봉을 거쳐 우이암쪽으로 올라간다는 등산객 세 명을 만납니다.
혹시 시루봉 부근에 바위에 글씨가 새겨진 것을 보았느냐고 물으니 있다고 하면서 따라오라고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들을 따라서 20여분을 올라가니 한 사람이 등산로 옆 바위에 흰 페인트로 낙서한 것을 가르키며 이 것이라고 합니다.
에궁~
<연월암삼폭-원경>
시루봉을 넘어 우이암쪽으로 가다가 천주교 묘지가 부근에서 정의공주 묘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옵니다.
터덜터덜 내려오다가 개울을 하나 건너면서 혹시나 하고 주변을 살피면서 내려 오는데, 개울건너편에 허리 높이 만큼 솟아 있는 넓적한 바위에 조그만 글씨 모양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얼음이 남아있는 개울을 건너 가보니 앞면이 평평한 바위에 ‘延月巖三瀑’ 이라는 글씨가 여느 바위글씨와는 달리 손바닥 크기로 새겨져 있는데 정말 무지하게 반갑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황소가 뒷걸음 치다가 개구리를 잡았다”고 표현하나요?
위 그림의 가운데 평편한 면을 보이고 서있는 바위에 보이는 조그만 글씨가 '연월암삼폭'입니다.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조금 땡겨서 담은 그림입니다.
그림의 위쪽 나무 두개 사이에 있는 바위에 '연월암삼폭'이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연월암(延月巖)은 달을 맞이하는 바위를 뜻하고, 삼폭(三瀑)은 물론 세 개의 폭포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세 개의 폭포옆에서 달맞이 하는 바위라는 뜻이겠지요.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주변>
바위글씨 옆의 개울 모습인데 세개의 폭포가 연상되나요?
그림의 위쪽 맨 위쪽 가장자리 나무옆에 있는 바위가 글씨가 새겨진 바위입니다.
'삼폭'이라고 하여 뜻이 맞는 지기 몇 사람이 술상에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며 달 구경을 할 수 있는 그런 바위와 거기에 어울리는 규모의 제법 큰 폭포가 연상되지만......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이 폭포라기 하기에는 낯이 간지러운 개울과 허리에도 못 미치는 바위에 조그만 글씨가 새겨있는데 여기에서 달맞이 하면서 풍류를 즐기기에는 별로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겨울이라 얼음이 있어 저 정도의 그림이 된 것 같고요.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주변은 풍광은 그렇지만 바위 앞에 서서 글씨를 보니 아담하고 예쁘게 새겨 놓은 글씨입니다.
비록 글씨의 크기는 작지만 글씨 하나 하나의 모습도 그렇고 전체를 아울러 봐도 그렇고 참 보기 좋습니다.
요즘 흔하게 쓰는 말로 '명품 글씨'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보고있으면 그냥 좋습니다.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글씨는 예서체(隸書體)로 단정한 모습이며 '암'자의 '山'을 왼쪽 머리옆으로 살짝 내려놓아 산보다 바위를 두둔하는 멋도 부렸네요.
延月巖三瀑은 세줄기 폭포가 있는 곳에서 달맞이 하는 바위라고 했는데......
어느 선비가 당시에는 산골짜기였을 이곳에 왔다가, 여름밤 더위를 식히려고 이 곳 개울가에서 등목을 하면서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흥이 돋아 그 옆에 있는 바위에 글을 새긴것은 아닌지?
마치 분재나 수석에서 풍광을 느끼는 것 처럼, 달밝은 밤에 개울가의 조그만 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물길에서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 했을 수도 있었겠고요.
아쉽게도 누구의 글씨인지 알려지지가 않았습니다.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좀 크게 담아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곳 방학동에서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길 옆에도 ‘명월동문(明月洞門)’이라는 바위글씨가 있는 것을 보니 이 계곡의 달빛 풍광이 꽤 좋았던 모양입니다.
이 글씨를 보고 있으니 이런 조그만 개울가에서도 운치를 느끼고 자연을 즐기면서 살았던 선인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과 삶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고 더 욕심을 내는 요즘 세태가 이분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주: 바위글씨 明月洞門은 정의공주 묘에서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길의 우측에 있는 바위에 새겨져 있음. 바위글씨(24) 참조.>
<연월암삼폭-탁본>
'서울의 바위글씨'에 실려 있는 탁본을 빌려왔습니다.
이 글씨의 한 글자 크기는 손바닥 크기로 기억되는데 이 탁본의 설명을 보니 글자 크기는 14Cm이고 전체 길이는 84Cm라고 되어 있습니다.
<바위글씨 연월암삼폭 위치>
바위글씨 '연월암삼폭'이 위치한 장소입니다.
정의 공주묘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다 만나는 개울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강지니의 세상돌이, 바위글씨 '연월암삼폭'을 살펴보았습니다.
kangjin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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