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변 잡기

마당놀이-마포황부자 (051130)

2005년 11월 30일, 저녁에 장충체육관으로 마당극을 보러 갑니다.
정동의 문화체육관에서 할 때 식구들과 몇 번을 보았으니 꽤 오랫만에 가보는 마당극인데, 그래서인지 안식구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국악연주자 입장>
지정된 자리는 무대 주변의 마당석인데 한 단에 의자를 두줄씨 배열하다보니 뒤열의 의자에 앉은 사람은 앞 사람의 머리에 시야가 방해를 받네요.
특히 앞줄에 키큰 남자가 있고 뒤줄에 여자가 있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이럴 바에야 좀 멀리 떨어져 있더라고 관람석으로 가는건데, 괜히 비싼 돈을 내고 이리로 왔는지 후회가 됩니다.
악단이 먼저 입장을 하고, 곧 이어 무대에 고사상이 등장하고 몇 사람이 고사를 올립니다.
그러고 나서 해설자가 관중들도 소원을 빌 사람이 있으면 나와서 하라고 멘트를 하자 관람객들도 나가서 고사를 올리기도 하고요.
그런 후에 흥겨운 농악과 함께 사방에서 농악패와 출연자들이 깃발을 들고 일제히 무대로 쏟아져 나와 개막 행사를 하네요.
플래쉬를 Off하고 사진을 담는데 자리안내를 하는 사람이 와서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저작권" 보호 차원이라나요.
'저작권'이 뭐를 뜻하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어두운 조명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피사체를 찍는다고 '저작권'을 침해할 정도의 사진이 나올지?
그냥 이렇게 블로그에나 올리고 할 뿐 인데......



<출연진의 개막 세레모니>
마포황부자는 원작인 "베니스의 상인"을 우리의 것으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답니다.
병든 아내가 위독하자 주인공 황득업(윤문식 님:그때는 가난뱅이)는 의원 부를 돈을 빌려달라고 김부자에게 애원을 하였으나 거절당하고 아내는 어린 딸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납니다.
이에 한 맺힌 황득업은 새우젖 장사와 고린자비같은 생활로 많은 돈을 모으게 되고, 어린 딸 황만금(김성녀 님)은 시집 못간 노처녀로 한량짖이나 하면서 돈을 마구 써서 아버지의 속을 태우고......
황부자에게 당하여 망한 사람들 집에 누군가가 몰래 도와주는데 바로 만금이입니다.
김부자의 아들 김무숙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청나라와 무역을 하는데, 자금이 없어 황부자에게 돈을 꾸게 되고 기일내에 못 갚으면 살한근을 베어내기로 하고 돈을 빌려 무역선을 띄웁니다.
그 와중에서 노처녀인 황부자의 딸 만금과 년하의 무숙은 눈이 맞아 서로 사랑이 싹트고.
황부자는 밤낮으로 무숙의 무역선이 바다에 침몰하게 해 달라고 비는데, 약속기일이 되었지만 배가 돌아오지 않자 무숙의 살을 한근 베게해달라고 송사를 합니다.
깜짝 놀란 무숙의 아버지, 김부자가 돈을 몇배로 갚아 준다고 하지만 황부자는 옛날 돈이 없어 죽어간 아내를 생각하며 거절을 하네요.

<뒤풀이>
판관은 법대로 송사를 한다고 하면서 새내기 판관에게 송사를 맡기는데, 이 판사가 판결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살 한근을 베어내되 피 한방울도 흘려서는 않된다.'는 판결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황부자에게 벌을 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황부자의 딸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 주었으니 용서를 하는데, 그 새내기 판관이 바로 황만금으로, 무숙을 살리기 위해 판결을 내린 것이 입니다.
재판이 끝나면서 소식이 없던 무숙의 배가 돌아오고 무숙과 만금의 해피엔딩이 되면서 무대는 전 출연자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뒤풀이가 시작됩니다.
년 말 마당놀이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는데 윤문식, 김성녀 님들의 연기력은 더욱 노숙해집니다.
언제나 처럼 이분들의 재치넘치는 재담과 임기응변으로 장내는 웃음이 끊이지 않네요.
참으로 존경스런 분들입니다.
체육관을 나오면서 안식구가 한마디 하네요.
'마당놀이가 예전만 못하네요."
나도 좀 뭔가가 부족하다 싶었는데, 생각을 해보니 원작인 "베니스의 상인"이 우리의 정서와는 좀 동떨어져서 그런가 봅니다.
관중들도 흥겹게 웃고 박수치고 하지만 무대의 상황에 배우들과 같이 동화하여 몰입이 되지 못하고 단순히 보기만 하는 관람객 수준이었던 것 같고요.
마당놀이는 배우와 관중이 같이 어우려 지고 같이 몰입을 해야 제맛인데......


<뒤풀이 중의 김성녀 님>


kangjine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