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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잡기

Eid ul Azha축제와 희생소

오늘은 들꽃 얘기를 잠시 접어두고 끈끈한 노래를 들으며 지난 며칠 동안 벌어진 이 동네의 축제와 죽어간 수많은 소들을 생각해 봅니다.


Soldier of fortune-Deep Purple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ZuW3YvHHLU


I have often told you story about a way I lived the life of drifter.
Waiting for the day when I take your hand and sing a song.
Then maybe you would say. Come lay with me love me
And I would surely stay. But I feel I’m growing older.
And the songs that I have sung echo in the distance.
like the sound of a windmill going around.
I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Any times I been traveller, Looked for something new in the days of old.
When the nights cold were under without you,
Those days I thought my eyes have seen you standing near.
Though blindness is confusing, it shows that you’re not here
Now I feel growing older.
And the songs that I have sung echo in the distance.
like the sound of a windmill going around.
I guess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Yes, I can hear the sound of a windmill going around.
I guess I'll be a soldier of fortune.
I guess I'll be a soldier of fortune.

풍차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죽음을 기다리며 소리 없이 우는 희생소들의 깊고도 낮은 울음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들리지 않는 소리일거라고 자의로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 방글라, 다카의 지난 며칠은 이슬람교의 축제로 보낸 날들 이었습니다..
라마단(금식월)후의 Eid ul Fetor(Eid al Fitr)와 함께 두번 있는 축제의 하나인데 2월1일~3일까지(이슬람 달력 12월 10일부터 3일동안)의 Eid ul Azha(또는 Eid al Adha)라 부르며 이 기간에 부유한 사람들이 소를 잡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며 현지 친구들이 아주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베푸는 아주 좋은 일인가 봅니다.


<다카 근교의 이드 축제 우시장>


Eid 축제 일주일 전부터 다카 부근의 공터란 공터에는 모두 거대한 소(牛)시장이 형성되어 소(牛)하고 사람이 인산우해(人山牛海)를 이루네요.
며칠 전 퇴근길에 운전기사가 Ground Floor에는 소를 Parking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야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냥 무심코 넘겨 들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매어놓은 희생소들>


아파트에 도착하여 보니 축제 때 잡으려고 동네사람들이 사놓은 이십여 마리가 소가 주차장에 매여 있고요 그날부터 현관 밖에만 나가면 악취에 시달렸네요.
엊그제 연휴 중의 아침에 외출 준비를 하는데 발코니 쪽에서 동료 직원이 뭐라 하면서 부릅니다.

 

<Cow Cutting>


가서 밖을 보니 70Cm정도 되는 칼을 든 사람이 길가에서 네 발을 묶어 눕혀 놓은 소에게 다가서더니 목을, 그리곤 길 건너에 있는 소에게 가서는 또.....

(소의 목을 베는 사람은 이맘imam이라는 동네의 종교 지도자라네요.)
엘리베이터로 Ground Floor(영국식 건물에서는 1층을 주차장 등, 다용도로 사용)에 내려오니 우리 주차장에서도.. 악취, 배설물, 잔해 그리고 피가 흥건한 체 도살이 계속되고 있고 옆에는 죽여지는 소를 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소들이 크고 선량한 눈만 껌뻑 거리고요.
역한 냄새와 살육의 광경에 구역질이 나오는걸 참고 운전수를 재촉, 차를 지하주차장에서 끌어내어 필드까지 가는 길가 이곳 저곳이 온통 소를 잡는 모습이고 많은 까마귀들이 흘린 살 조각이나 내장을 차지하려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기만 합니다.
라운딩 후 한국식당에서 매운 짬뽕을 시켜 메슥거리는 속을 달랜 후 늦으막히 아파트에 돌아오니 입성이 초라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나눠주는 고기를 받고 있습니다.
저녁에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아서 보니 좋아하는 찜을 했는데 젓가락이 그리로 가질 않네요.

“야훼께서 내린 명에 따라 아브라함은 나무단을 쌓고 그위에 외아들 이사악을 놓은 다음 칼로 찌르려 할 때 야훼께서 천사에게 일러 중지토록 하신 다음 숫양으로 대신 번제하게 하셨다.”라는 성서의 내용(창세기 23장)에 이사악 대신 하갈의 소생인 이스마일을 대입하고 야훼 하느님의 이름을 그들의 말인 알라로 바꾼 것이 이슬람교의 교리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소, 양을 잡아 기도(희생제)를 하고 그 고기는 팔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가난한 사람과 나눠 먹는 답니다.
왜 도축장에서 하지 길거리, 아파트 주차장 등 아무 곳에서나 하느냐고 운전수에게 물었더니 능력 있는 각 개인이 직접 Cow Cutting을 해야 신의 축복을 더 받을 수 있다나요.

“그리고 내가 불렀던 노래는 메아리 되어 저 멀리 울리겠지, 마치 풍차 돌아가는 소리처럼
나는 언제나 떠돌이를 꿈꾸고 있지..”


<꽃 목걸이를 걸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희생소>


희생소로 선택된걸 축하해서인지 누군가가 준 초라한 화환을 목에 걸고 

신께 잘 보이려는 인간들의 이기심에 하릴없이 죽어가는 소의 커다란 눈이 떠오르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희생제의 소들과 내 자신이 다름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누군가 벌이는 축제(?)의 희생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언제나 풍차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떠돌이를 꿈꾸는 주인공처럼 이런 사람들을 뒤로 하고 순박한 소 한 마리와 함께 훨훨 세상돌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듭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차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소들은 음매~소리 조차도 내지 않고 죽어 갔네요.
그들의 소리 없는 울음은 저 멀리까지 메아리 되어 깊고 낮게 퍼질 겁니다.


한발 물러 세상보기, 축제의 희생양, 아니 희생소를 살펴 보았습니다.
040206 강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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