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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돌이

자경전 서쪽담에 핀 꽃

경복궁의 교태전 아미동산에 있는 협문을 나서면 아직 복원되지 않은 넓은 공터 동북쪽으로 자경전

자리를 잡고있습니다.

그 자경전을 둘러 싸고 있는 서쪽 담장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자경전은 고종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대왕대비인 조대비를 위해

지은 궁이라고 합니다.

안동김씨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망나니처럼 살고 있던 몰락한 왕족인 이하응(대원군)의 둘째 아들을

(고종)으로 임명하여준 왕실의 어른이 바로 헌종의 어머니이고 23대 임금인 순조의 손자며느리인

조대비 입니다.

대원군과 고종에게는 하느님보다도 더 큰 은혜를 내려준 은인이지요.

대원군은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그 분, 조대비가 거처할 곳을 특별히 설계하고 당대 최고의 장인들을

동원하여 지었겠지요.

자경전 서쪽 담장의 전경입니다.

담장은 따뜻한 느낌의 붉은 벽돌로 쌓았으며 벽면의 중간 중간에 조대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도형화

年 장張 춘春 등의 길상문자 새겨져 있고, 거북등, 만자(), X자 등의 무시무종

(無始無終)벽사(辟邪)를 의미하는 사방연속무늬로 장식을 하였고 그 사이사이에 오늘의 주인공

꽃그림을 넣어 궁궐의 엄정한 기품과 화사하고 부드러움을 더불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자료에 보니 이 길상문자는 북쪽 담장에는 성인도리(聖人道理), 이 서쪽 담장 안쪽에는 千貴萬壽

바깥쪽에 는 위에서 언급한 낙강만년장춘(樂彊萬年張春)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성인의 도리를

지키고 아주 고귀하게 오래 오래 사시고 즐거움과 강건함을 오래 오래 누리기를 기원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초들의 무늬를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 그 모양대로 흙으로 만들어 불에 굽고,

그 형상을 맞추어 벽에 심고 그 사이에 회벽을 발라 전체 모양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 대단한 예술적 재능과 기지, 그리고 정성으로 완성된 그림입니다.

<매화>

매화꽃으로 보입니다.

사군자 중의 하나로 매화는 이른 봄에 눈속에서 꽃을 피워 많은 선비들이나 시인들이 시나 그림의

소재로 많이 삼는 꽃이지요.

가까이로는 우리가 매일 만지고 있는 오만원권 지폐에도 월매도가 그려져 있고요.

이른봄, 둥근 만월이 휘영청 밝게 드리운 앞뜰의 묶은 매화 등걸에 하얀 꽃이 피었으니 정취가 솟아

납니다.

좋아하는 친구와 마주앉아 술상 하나를 곁들이면……^^

그런데 저 매화가지에 조그만 새 한마리가 홀로 앉아 달을 보고 있습니다.

짝이 없어 잠못이루고 홀로 달바라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복숭아>

복숭아로 보이네요.

복숭아는 귀신들이 싫어하는 나무라고 하니 나쁜 귀신들이 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그려

넣었나 봅니다.

옛날 동방삭이라는 친구는 서왕모가 기르는 천도복숭아를 홈쳐먹어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하지요.

<모란>

그림과 비슷한 꽃으로는 모란이 우선으로 꼽히네요.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또한 꽃중의 꽃이라고 하여 미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옛날 당나라 왕이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보냈던 모란에는 향기가 없다고 했는데 이 모란에는 나비가

있으니 향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석류>

석류로 보입니다.

석류가 입을 열면 그 안에 과육에 싸여있는 씨가 많이 있습니다.

석류속에 있는 많은 씨처럼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해석을 해야 되나요?

그런데 일부 바탕이 손상이 되어 있는데 보수해 놓은 부위에 균열가고 일부는 떨어져 나가있습니다.

현대 기술로 당시 장인의 솜씨를 못 따라가나 봅니다.

<국화>

맨 위의 꽃봉오리를 보면 국화 같은데……?

나비들이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화류를 즐기고 있습니다.

<국화>

이 것은 확실하게 국화로 보입니다.

국화는 찬서리에도 기상을 굽히지 않는 절개와 품위로 군자의 꽃이라고 했지요.

사군자 중의 하나로 선비들이 시재(詩材)나 화재(畵材)로 많이 쓰는 꽃입니다.

나비의 모습과 꽃잎 하나 하나를 아주 생동감 있게 표현을 하였습니다.

<철쭉>

진달래나 철쭉으로 보입니다.

나뭇잎이 있으니 여기서는 철쭉으로 이름을 주겠습니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부인 수로부인을 데리고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중에 수로부인이 벼랑에

아름다운 철쭉꽃에 반하자 암소를 타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꽃보다 아름다운 수로부인에게

반하여 꽃을 꺽어주었다는 얘기가 삼국유사에 전합니다.

철쭉꽃에 반한 수로부인, 수로부인에 반한 늙은이…… 미인에는 노소가 없는 모양입니다.

헌화가

자주빛 벼랑아래

암소잡은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받치오리다.

<대나무>

사철 푸른 기상과 굽히지 않는 절개로 이 또한 선비들이 사랑하는 사군자 중의 하나입니다.

불에 탈 때 터지는 소리에 잡귀가 도망간다고 하여 축귀초복의 뜻이 있다고 합니다.

쭉 뻗은 대나무 잎새에 힘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문화유산을 물려 주신 우리 조상께 감사 드리며 오늘은 자경전에 핀 꽃을 둘러보았습니다.

kangjin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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