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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 금호의 꽃 이야기

진달래꽃에 대한 단상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막내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수능을 보고 점수가 제대로 안 나왔다고 많이 ㅠ^ㅠ 했거든요.
막내야~ 축하한다..

오늘은 진달래꽃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붙여 놓은 사진은 북쪽 금호지구에서 담은 것이 아니고요 작년에 수락산에서 찍은 건데요..
꽃의 윤곽과 꽃술모양 그리고 일자를 보니 진달래가 아니고 철쭉 같습니다. ^8^;;
진달래는 어려서는 따먹기도 하고 동무들과 암꽃술을 걸어 끊기 시합도 했던 꽃이지요.
그럼 우선 노래를 들어 봅니다.

진달래꽃 - 마야
<도입부 및 후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후략~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우리 한국인의 민족의 시, 소월님의 진달래꽃 이네요.
좋은 시라고 우리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세뇌를 많이 받았으니 당연히 좋은 시겠죠.
거기다 꼭 학교시험, 모의고사 그리고 예비고사까지, 재수 없는 학생들은 본고사서 까지 만나야 했던 한 많은 진달래였습니다.
그럼 한발 슬그머니 물러나서 들여다 봅니다.
딴사람이 쓴 시라고 생각하고 다음 부분들에 대한 feel을 느껴 봅니다.
"역겹다"의 그냥 들어오는 감은 비위가 상하거나 하는 짓이 못 마땅한 상태를 프현하는 것 같고, "즈려밟다"는 연약한 진달래 꽃잎을 발로 짓이긴다는 잔인한 행동이 연상됩니다.

이 시어에 대해 선생님들에게 "역겹다”는 "보기싫다”, "즈려밟다”는 "가볍게 밟는”다는 의미인데 이 시를 기가 막히게 해주는 평안도 쪽의 방언이라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나이가 들어 시를 한번 읽어보니 선생님들한테 그렇게 세뇌를 당했지만 아무리 봐도 어휘로나 운율로나 어감으로나 詩語로서는 아니것 같네요.
북쪽 말의 발음이 억세다는 걸 감안하더라도요.
그 쪽에서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 하여도 이 쪽에서 나쁜 의미라면 그 쪽에 한정해서 좋은 거지 이 쪽까지 좋다고 하면 당연히 안되겠지요.

사전적 의미를 봅니다.
*한컴사전☞ 역-겹다(逆--)[-꼅따]:〔-겨워, -겨우니〕?(…이)(-기가)역정이 나거나 속에 거슬리게 싫다.
*피시딕 ☞ 역겹다[逆-] (~겨우니, ~겨워)형 【ㅂ불】 몹시 약하다,역정이 나게 겹다.

*한컴사전☞ 즈려-밟다: '지르밟다'의 잘못.즈려밟다:
지르-밟다[--밥따]:〔-밟아, -밟으니, -밟고[밥꼬], -밟는[밤-], -밟지[밥찌];(…을) 위에서 내리눌러 밟다.
*피시딕 ☞ 즈려 밟다라는 어휘 자체가 뜨지 않습니다.

또 하나 이별, 실연 이런 것과 진달래와 연상되는 어떤 끈이 있나요.
영변지방, 또는 시인에겐 어떤 깊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은데..
나 개인은 소월님의 접동새란 시를 많이 좋아했는데 귀촉의 설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접동-두견-진달래의 연결고리가 느껴고 있습니다.

저를 가르치신 선생님들~, 진달래꽃이 진짜로 훌륭한 시인가요?
그리고 요즘 선생님들~, 선생님들도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가요?

그런데 진달래라는 말이 참 궁굼합니다.
진달래는 眞+달래 라는 얘기인데...
(사전 내용을 붙였더니 우리글의 아래아가 깨지네요..)
진짜 달래, 또는 참 달래는 진달래이고 우리가 마늘이나 파하고 비슷하게 식용하는 달래는 진짜 달래가 아니라는 이야긴데 둘이 서로 닮은 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마야의 노래를 들어 봅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외짝 사랑의 아픔이 뚝뚝 묻어 나네요.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녀를 사랑하겠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한발 물러 세상보기, 오늘은 우리 민족의 시 진달래꽃을 살펴 봤습니다.

040115 Kangji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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